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서울’이라는 지명은 너무도 익숙해서, 그 기원을 깊이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러나 서울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행정 명칭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축적된 역사와 언어, 정치적 변화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한반도의 중심 도시였던 이곳은 시대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렸고, 그 명칭 변화는 당시 사회의 권력 구조와 문화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서울이라는 이름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단순한 지명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오늘은 "서울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서울 이전의 이름들: 한성, 한양, 경성
서울이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전, 이 도시는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다. 가장 오래된 명칭 중 하나는 한성이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치며 이 지역은 한강 유역의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되었고, ‘한’이라는 글자는 큰 강 또는 중심을 의미하는 상징적 표현으로 사용되었다.
조선이 건국되면서 수도가 이곳으로 확정되자, 도시는 한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한강의 북쪽에 위치한 도시’라는 지리적 의미를 담은 명칭으로, 당시에는 공식 문서와 기록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었다. 한양은 단순한 도시명이 아니라, 조선 왕조의 정치·행정 중심지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이후 대한제국 시기에는 다시 한성이라는 명칭이 공식화되었으며,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도시는 경성이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경성은 ‘수도’를 뜻하는 일본식 한자 표현으로, 식민 통치 체제 안에서 서울이 일본 제국의 행정 구조에 편입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시기까지 공통적인 특징은, 도시의 이름이 대부분 한자 기반 공식 명칭이었다는 점이다. 즉, ‘서울’이라는 순우리말 명칭은 존재했지만, 행정적·공식 명칭으로는 사용되지 않았다.-+
‘서울’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쓰였을까
흥미로운 점은 ‘서울’이라는 단어 자체는 공식 명칭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사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서울’은 본래 수도나 중심 도시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특정 지명을 가리키기보다는 개념적인 표현에 가까웠다.
조선시대 문헌과 민간 언어 사용 기록을 살펴보면, 백성들은 한양을 공식 명칭 대신 ‘서울’이라고 부르곤 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수도’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방식과 유사하다. 즉, ‘서울’은 특정 도시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수도의 역할을 하는 장소를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사용된 것이다.
이 단어는 ‘서라벌’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서라벌은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를 가리키는 말로, 시간이 지나며 발음과 형태가 변형되어 ‘서울’로 정착되었다는 언어학적 해석이다. 이는 ‘서울’이라는 단어가 오랜 시간 동안 수도의 개념을 상징하는 말로 기능해 왔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용이 비공식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광범위했다는 것이다. 공식 문서에는 한성·한양·경성이라는 이름이 쓰였지만, 일상 언어 속에서는 이미 ‘서울’이 살아 있는 이름이었다.
서울이 공식 지명이 된 결정적 계기
‘서울’이 공식 도시 명칭으로 채택된 것은 광복 이후의 일이다. 1945년 해방을 맞이하면서, 한국 사회 전반에는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났다. 도시 이름 역시 그 대상 중 하나였다.
1946년, 경성부는 공식적으로 ‘서울특별자유시’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서울특별시’로 정착하게 된다. 이 결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선택이었다. 한자식 명칭이나 일본식 표현을 버리고, 순우리말 지명을 수도의 공식 이름으로 채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였다.
서울이라는 이름이 선택된 이유는 분명했다. 이미 국민 다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특정 왕조나 식민 권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중립적 명칭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은 특정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수도를 상징해 온 언어적 자산이었다.
이로써 ‘서울’은 비공식적 호칭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수도를 대표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게 된다. 오늘날 서울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이 명칭이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언어 사용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서울이라는 이름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한성, 한양, 경성이라는 공식 명칭의 변화 속에서도, ‘서울’이라는 순우리말은 사람들의 입에서 살아남아 수도를 지칭해 왔다. 그리고 해방 이후, 그 이름은 마침내 공식 지위로 올라섰다. 서울이라는 지명에는 권력의 이름이 아닌, 사람들의 언어와 시간이 축적된 역사가 담겨 있다. 우리가 오늘 사용하는 이 두 글자는 단순한 도시명이 아니라, 한국사의 흐름과 정체성을 함께 품고 있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